소수 희귀질환자 위한 건강한 삶·치료권 강화할 정부 및 관계자 노력 필요
‘제5회 희귀유전질환 심포지엄’서 치료제 개발 본래 목적 되새기는 자리 마련
"희귀질환 환자에게 치료는 삶을 붙잡는 마지막 희망의 줄과 같습니다. 그러나 정보를 얻으려고 할 때마다 모든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어렵게 병원을 찾아가도 확실한 답은커녕 치료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정부에서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막막함과 불안만 커져 갑니다."
NF2(제2형 신경섬유종증)를 앓는 11살 소녀의 어머니이자, NF2 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NF2 환우회 이승아 회장이 25일 ‘제5회 희귀유전질환 심포지엄’ 무대에 올라 이같이 절망적인 심정을 토로했다.
24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벡스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희귀유전질환 심포지엄’의 이튿날에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치료제 개발이 이들을 돕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을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NF2 환우 가족들이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겪었던 고충을 공유했고, 이를 통해 환자들을 한층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NF2는 특정 종양 발생을 억제하는 NF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인종과 성별에 상관없이 3만3000명당 1명 꼴로 나타난다. 신경계·뼈·피부에 발육 이상을 초래하는 전체 NF(신경섬유종증)의 12.3% 비중인 NF2는 주로 뇌와 척수에 종양이 생겨 더욱 치명적이다. NF2 환자들은 반복되는 검사와 수술로 인한 심리적 부담과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하더라도 재발 우려가 높아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 회장은 “소수의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정부와 모든 관계자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희귀질환 연구에 전념하는 연구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현재의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희귀질환이라는 외로운 싸움”
2013년에 태어난 그의 아이는 48개월이 되던 무렵,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발걸음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찾게 됐다.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는 발달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으나, 여러 병원을 거친 끝에서야 희귀질환인 NF2 진단을 받았다.
이 회장은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지만, 곧 아이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보면서 깊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고 회고했다. 그는 절망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치료와 수술을 이어갔으나, 병원에서는 “1년 뒤에 다시 보자”는 답변만 반복됐고, 이 과정에서 깊은 답답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아이 몸에 자라는 종양을 당장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가장 힘든 점으로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반복적으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꼽았다. 특히 아이가 머리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감마나이프 치료를 받던 날을 떠올리며, 이마에 장치를 고정하기 위해 철심을 박아야 했고, 고통 속에서 아이가 눈물로 호소했으나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그 순간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가 “너무 아프다”고 호소할 때, 의료진에게 “모르핀이나 마약성 진통제라도 처방해 달라"고 부탁해야 했던 점이 마음 아팠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해답을 찾기 어려워지자, 이 회장은 미국으로 떠나 NF2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를 찾아갔다. 잠시나마 치료에 대한 희망을 품었으나, 근본적인 치료법은 찾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는 “많은 병원이 있고 의료 기술도 발전했지만, 희귀질환 분야는 발전이 더디며 연구 지원 또한 매우 부족하다는 현실을 절감하게 됐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그러던 중 이 회장은 국내 NF2 환우회와 NF2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또한 희귀유전질환 심포지엄에 참석해 국내 연구자들이 NF2와 같은 희귀질환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었다. 그는 “한국에서 NF2 환자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와 가족들은 매일같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치료법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희망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제대로 된 정보나 지원을 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더욱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정부와 의료진, 연구자들이 진정으로 손을 내밀어, 희귀질환 환자들이 겪는 외로운 싸움이 무의미하게 끝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제5회 희귀유전질환 심포지엄’은 희귀유전질환심포지엄조직위원회가 행사를 주최하고, 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 부산대학교기술지주, PIONEER(부산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와 약업신문이 주관했다. 후원은 젠스퀘어(Gensquare), 테크인베스트(Techinvest), 피알지에스앤텍(PRG S&Tech)이 했다.
행사에는 부산대학교 최재원 총장,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 강정은 단장을 비롯해 부산대학교 기술지주 김성근 실장, 생화학분자생물학회(KSBMB) 강봉균 차기 회장(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 피알지에스앤텍 박홍균 CFO, 약업신문 함태원 대표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