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 신경퇴행성질환 ALS(루게릭병, 근위축성측삭경화증) 치료 전략이 단일 타깃에서 정밀 분류, 멀티 타깃, 전달공학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제안이 힘을 얻고 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오기욱 교수는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6회 희귀유전질환 심포지엄’에서 최신 역학 자료와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ALS는 환자별로 진행 양상과 반응이 크게 다른 이질성과 뇌혈관장벽(BBB) 관련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임상 성공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뉴런은 분열하지 않는(postmitotic) 세포로,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누적되면 DNA 손상과 비정상 세포주기 진입으로 이어지고, 결국 신경퇴행으로 진행된다”면서 “발암과 신경퇴행은 마치 거울처럼 대비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암은 세포가 죽지 않고 무한히 증식하는 반면, 신경퇴행은 세포가 쉽게 죽어버린다.
ALS 병태생리는 RNA 대사 이상, 자가포식(autophagy),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단일 기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치료제 개발의 난제로 꼽힌다.
국내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ALS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3.43명, 발병률은 1.20명이다. 평균 진단 연령은 61.4세, 남녀 성비는 1.6대1이다.
평균 생존기간은 약 50개월로, 진단 후 3년 내 사망률은 52.1%, 5년 내 사망률은 63.7%다. 릴루졸 사용률은 53.6%, 기관절개술 시행률은 20.3%였다.
오 교수는 “ALS는 진단 시점에는 이미 운동신경세포가 30~40% 소실된 상태인 경우가 많아 치료 골든타임이 좁다”라고 아쉬워했다.
한양대 루게릭클리닉에서 추적한 환자 1400여명의 기능 점수(ALSFRS-R)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진행 궤적은 concave, convex, linear, linear-fast, linear-slow, sigmoid 등 6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평균적으로는 매년 20~30%의 기능이 떨어지지만, 환자별 진행 속도는 큰 차이를 보였다.
오 교수는 “이질성이 크기 때문에 임상에서는 하위군 정의와 바이오마커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50년간 FDA 승인받은 ALS 치료제 3개뿐
최근 50년간 ALS 치료 후보물질은 24개, 무작위 대조시험(RCT)은 50건 이상 진행됐다. 참여 환자만 1만40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FDA가 승인한 치료제는 단 3개뿐이다. 승인된 치료제는 ‘릴루졸’ ‘에다라본’ ‘토퍼센’이다.
오 교수는 “중추신경계 약물 대부분이 소분자 경구제이지만, 질병변형효과(DMT)는 제한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ALS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로 △환자 모집 난이도 △임상 양상·병리 복잡성 △바이오마커 부재 △좁은 치료 윈도 △동물모델 한계 △BBB 통과 문제를 들었다.
오 교수는 “대분자 치료제는 사실상 BBB를 통과하지 못하며, 현재는 척수강내(intrathecal) 투여가 표준 경로”라고 말했다. 또 “현재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도 정맥 투여 시 뇌 도달률은 2~3%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